폰테크 왕이 만난 조현 “한·중관계 성숙 발전 기대”
이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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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23:45
폰테크 한·중 외교장관이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 협력 확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논의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도 한·중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회담과 만찬을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양국 외교장관 회담은 처음이다.
왕 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중국 국적의 노인을 구하다 숨진 한국 해경 이재석 경사에 대해 희생에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위로를 전하는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발굴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왕 부장은 시 주석이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제시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성과를 지키고, 전후 국제시스템을 추진해 국제질서를 더 공정한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조 장관은 국민들 간 좋은 감정을 계속 만들어 나가면서 한·중관계가 더 성숙하고 깊이 있게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APEC이 (올해) 한국에 이어 내년 중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뜻깊은 일이라며 이를 계기로 한·중관계가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경주 APEC에 오시고 한국 방문을 하심으로써 양국 관계 발전을 이뤄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왕 부장은 시 주석이 방한하기 전 먼저 경주 등을 찾아 양국 간 주요 사안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장관은 또 고위급 인사 교류를 논의했다.
조 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하고, 양국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 주석의 6년 만의 만남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과 북한 측 발표 내용 차이 때문에 시 주석이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불가와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불가 등 입장을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조 장관은 또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가 한국의 해양주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전임 조태열 장관이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왕 부장과 만난 지 6개월 만에 열렸다. 이번에는 중국 측이 방한할 차례지만,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조 장관이 먼저 방중했다.
남의 나라에 정착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아파트 구하기가 이리 어려울 줄 몰랐다. 아파트 사무소는 내 월 소득이 월세보다 세 배 이상 많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월세 밀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넉넉하게 증명하란 소리다. 그러나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만 해도 적당한 지역의 원베드룸 월세가 2500달러 안팎이다. 두 배도 아니고, 세 배라면 월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단 뜻이다.
그들의 깐깐함과 나의 요령 부족으로 인해 소득 심사 기간은 하염없이 길어져만 갔다. 마치 내가 아파트를 빌리는 게 아니라, 아파트 대출금을 빌리기 위해 금융기관 심사를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장기화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일단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좀 더 싼 호텔로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정착한 모텔이 어느덧 내 집처럼 느껴질 때쯤이었다. 불현듯 내가 머문 일주일 가까운 기간 동안 이 모텔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거의 바뀌지 않은 사실을 알아챘다. 그러고 보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숙박객들은 여행자나 출장 온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번은 새벽에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는 바람에 숙박객 전원이 뛰쳐나온 적이 있었는데, 갓난아기를 둘러업고 나온 젊은 부부부터 휠체어를 탄 노부부, 대여섯 살 된 아이들이 포함된 가족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검색해보니, 모텔에서 사는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거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신용 점수가 낮아 아파트를 빌리지 못하거나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모텔로 밀려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곧 모텔 생활 2년째에 접어든다는 한 사람은 내가 묵고 있는 모텔 투숙객의 70%가 장기 체류자라고 썼다. 장기투숙 호텔에서 일한 적 있다는 한 사람은 아이들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할 때까지 사는 가족도 봤다. 나중엔 아이의 고등학교 근처 모텔로 옮겨갔다고 했다.
실제 버지니아 남부 헨리코 카운티에서는 모텔에서 기거하며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113명에 달한다고 한다. 제대로 된 부엌도 없는 모텔은 지속 가능한 거주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모텔에서 사는 사람들은 노숙인으로 간주하지 않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 모텔에서 지내다가 결국 ‘숨겨진 노숙인’에서 ‘보이는 노숙인’으로 전환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도 워싱턴에 주방위군을 투입하면서 ‘노숙인·범죄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우리 수도를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며 노숙인들은 (수도에서) 즉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쫓아낸다고 해서 노숙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텔 주차장에서 본 한 투숙객의 차량이 잊히지 않는다. 구체적인 사연은 알 수 없으나, 차 안에는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꽉꽉 욱여넣은 세간살이가 천장 가득 쌓여 있었다. 그 차의 앞 유리 너머 놓인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책 제목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The case for Trump)였다. 그 모든 풍경이 나에겐 마치 출장용접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느껴졌다.
조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회담과 만찬을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양국 외교장관 회담은 처음이다.
왕 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중국 국적의 노인을 구하다 숨진 한국 해경 이재석 경사에 대해 희생에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위로를 전하는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발굴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왕 부장은 시 주석이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제시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성과를 지키고, 전후 국제시스템을 추진해 국제질서를 더 공정한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조 장관은 국민들 간 좋은 감정을 계속 만들어 나가면서 한·중관계가 더 성숙하고 깊이 있게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APEC이 (올해) 한국에 이어 내년 중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뜻깊은 일이라며 이를 계기로 한·중관계가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경주 APEC에 오시고 한국 방문을 하심으로써 양국 관계 발전을 이뤄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왕 부장은 시 주석이 방한하기 전 먼저 경주 등을 찾아 양국 간 주요 사안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장관은 또 고위급 인사 교류를 논의했다.
조 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하고, 양국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 주석의 6년 만의 만남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과 북한 측 발표 내용 차이 때문에 시 주석이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불가와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불가 등 입장을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조 장관은 또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가 한국의 해양주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전임 조태열 장관이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왕 부장과 만난 지 6개월 만에 열렸다. 이번에는 중국 측이 방한할 차례지만,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조 장관이 먼저 방중했다.
남의 나라에 정착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아파트 구하기가 이리 어려울 줄 몰랐다. 아파트 사무소는 내 월 소득이 월세보다 세 배 이상 많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월세 밀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넉넉하게 증명하란 소리다. 그러나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만 해도 적당한 지역의 원베드룸 월세가 2500달러 안팎이다. 두 배도 아니고, 세 배라면 월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단 뜻이다.
그들의 깐깐함과 나의 요령 부족으로 인해 소득 심사 기간은 하염없이 길어져만 갔다. 마치 내가 아파트를 빌리는 게 아니라, 아파트 대출금을 빌리기 위해 금융기관 심사를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장기화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일단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좀 더 싼 호텔로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정착한 모텔이 어느덧 내 집처럼 느껴질 때쯤이었다. 불현듯 내가 머문 일주일 가까운 기간 동안 이 모텔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거의 바뀌지 않은 사실을 알아챘다. 그러고 보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숙박객들은 여행자나 출장 온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번은 새벽에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는 바람에 숙박객 전원이 뛰쳐나온 적이 있었는데, 갓난아기를 둘러업고 나온 젊은 부부부터 휠체어를 탄 노부부, 대여섯 살 된 아이들이 포함된 가족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검색해보니, 모텔에서 사는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거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신용 점수가 낮아 아파트를 빌리지 못하거나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모텔로 밀려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곧 모텔 생활 2년째에 접어든다는 한 사람은 내가 묵고 있는 모텔 투숙객의 70%가 장기 체류자라고 썼다. 장기투숙 호텔에서 일한 적 있다는 한 사람은 아이들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할 때까지 사는 가족도 봤다. 나중엔 아이의 고등학교 근처 모텔로 옮겨갔다고 했다.
실제 버지니아 남부 헨리코 카운티에서는 모텔에서 기거하며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113명에 달한다고 한다. 제대로 된 부엌도 없는 모텔은 지속 가능한 거주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모텔에서 사는 사람들은 노숙인으로 간주하지 않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 모텔에서 지내다가 결국 ‘숨겨진 노숙인’에서 ‘보이는 노숙인’으로 전환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도 워싱턴에 주방위군을 투입하면서 ‘노숙인·범죄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우리 수도를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며 노숙인들은 (수도에서) 즉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쫓아낸다고 해서 노숙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텔 주차장에서 본 한 투숙객의 차량이 잊히지 않는다. 구체적인 사연은 알 수 없으나, 차 안에는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꽉꽉 욱여넣은 세간살이가 천장 가득 쌓여 있었다. 그 차의 앞 유리 너머 놓인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책 제목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The case for Trump)였다. 그 모든 풍경이 나에겐 마치 출장용접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