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비상장주식·조각투자 거래소, 이제 제도권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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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사무소 비상장주식·조각투자 거래소, 이제 제도권 안으로

이길중 0 1
탐정사무소 비상장기업의 주식 거래나 미술품·저작권 등 자산을 쪼개 투자하는 조각투자 거래가 이제 제도권 내 유통 플랫폼에서 가능하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6일 그간 샌드박스(규제 예외·면제) 제도를 통해서만 운영돼온 비상장주식 및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를 공식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비상장주식 및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영업을 위한 전용 투자중개업 인가 단위를 신설해 이들 거래가 제도권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또 신설되는 거래소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시장법에 따른 최소 자기자본과 사업계획의 타당성·건전성, 인력·물적설비, 대주주 적격성, 사회적 신용 등을 충족해야 인가하도록 규정했다.
샌드박스 운영 과정에서 조건부로 적용되던 투자자 보호 장치도 시행령과 감독규정에 반영해 모든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법적 기준으로 삼았다. 사업자들은 투자자에게 기업의 감사보고서 등 재무정보(비상장주식), 기초자산 운용현황·수익·수수료 등 정보(조각투자)를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조각투자의 경우, 이번 개정안에 따라 여러 조각투자사업자·증권사 등이 발행한 다양한 조각투자 증권이 한 곳에서 거래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게 됐다. 그간 특정 분야의 조각투자 거래소는 해당 분야 조각투자 증권만 중개해야 하는 등 유통 분야를 제한받은 바 있다. 향후 부동산·미술품·저작권 등 다양한 분야의 조각투자 증권이 한 곳에서 거래되면, 투자자들의 비교·투자도 쉬워질 전망이다.
당국은 이번 장외거래소 제도화를 통해 성장성 있는 비상장기업의 주식 거래나, 다양한 자산에 대한 조각투자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위는 비상장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유통시장이 열리면, 투자자들이 필요할 때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투자 의지도 커질 수 있다라며 이제 중소·벤처기업들도 비상장주식 발행이나 조각투자를 이용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보다 원활히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문재인 정부에 이어 민주화 이후 네 번째 진보 진영 정부인 국민주권정부가 출범 100일이 지났다. 윤석열 정부의 친위쿠데타와 ‘위로부터의 민주주의 위기’는 국민주권정부 지지자들에게 ‘반성 없는 내란 세력에 다시는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남겼다. 이에 따라 국민주권정부의 역사적 과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토론보다는 반드시 성공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목적론적 정치가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국민주권정부가 차기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유지하고, 나아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는 길은 정권 재창출 자체에만 매달리는 정치로는 열리기 힘들다. 국민주권정부는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이전 정부처럼 국가기관의 정치적 도구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통해 달성해야 하는 이중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또한 후퇴한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극심한 양극화 속에서 민주주의 다수 연합을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먼저, 국민주권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비교할 때 매우 취약한 기반에서 집권했다. 초유의 국정농단을 경험한 보수 집권 세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분열했다. 촛불항쟁으로 치러진 제19대 대선 결과 탄핵에 찬성했던 민주적 보수파 성격을 가진 유승민 후보(6.76%)와 안철수 후보(21.41%)의 지지율은 홍준표 후보(24.03%) 지지율을 넘어섰으며 민주당(41.08%)과 정의당(6.17%)을 포함한 탄핵 연합의 지지율은 절대다수인 75.42%였다. 탄핵 반대 광장에서는 때론 극단의 목소리가 넘쳐났지만, 주요 정치 세력이 민주주의 게임의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제19대 대선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잠정 연합이었던 탄핵 연합이 형성되었지만 제21대 대선에서는 탄핵 반대 세력과 탄핵 지지 세력 간 대립이 선거 지형을 결정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계엄령을 선포해 친위쿠데타를 시도한 권력자에 대한 탄핵을 공식적으로 반대했지만 제21대 대선 결과 41.2%를 얻어 이재명 후보와 단지 8.27%포인트 차이를 기록했다.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는 여론조사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의 범위는 30~40%에 달했다.
둘째, 문재인 정부와 비교할 때 국민주권정부가 부여받은 역사적 과제는 훨씬 복합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적으로 위임한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국정농단을 규명하고 국가를 정상화할 과제를 받고 출범했다. 국민주권정부는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친위쿠데타가 남긴 유산을 극복하고 후퇴한 민주주의 체제를 회복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는 전례 없는 것이었고 시대착오적인 한국형 정경유착의 속살을 드러냈다.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사건은 아니었고 외과적 수술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상처였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친위쿠데타와 이후 전개된 사건은 K민주주의라고 칭송하던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깊고도 근본적인 위기를 드러냈다.
민주주의 퇴행과 위기에 관한 다수의 연구는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는 중요한 요인으로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를 든다. 한국 사례가 잘 드러내듯이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는 정치를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시킨다. 생존 게임화된 정치는 정책 대결이 아니라 정체성 정치로 퇴행한다. 나아가 이러한 경향이 심화되면 민주주의조차도 당파적 증오를 구현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권위주의자가 효과적으로 활용한 양극화 전략은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민주주의 회복의 중요한 걸림돌로 남아 있다.
국민주권정부에서도 정치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범진보 진영은 국회 의석 3분의 2를 넘는 ‘절대 반지’를 쥐고 있고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 청구권을 국회 의결로 가능케 하는 개정안을 직접 발의했다. 또한 제1야당을 겨냥한 국민 해산 청원도 진행 중이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국회 본청 앞에서 ‘야당 탄압·독재정치 규탄대회’를 열고, ‘이재명 퇴진’과 ‘부정선거 발본색원’ ‘CCP(중국공산당) 아웃’ 같은 극단적 구호를 반복했다.
셋째, 국민주권정부가 직면한 복합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과거 정부와 비교할 때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정부는 이전 정부가 훼손한 제도적 정당성의 유산 속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쓴 약을 찾아 처방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적 성과에만 매몰된 권력기관의 정치적 동원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기반을 잠식할 위험이 크다. 역설적으로 국민주권정부의 재창출은 이런 함정을 피하면서, 복합적 과제를 성취하는 좁은 회랑을 끝내 통과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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