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통일교 유착’ 권성동 체포동의안 가결···법원은 ‘증거인멸 우려’ 어떻게 판단할까

본문 바로가기
묻고 답하기
> 나눔마당 > 묻고 답하기
묻고 답하기
※ 궁금한 점을 남겨주시면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립니다.

분트 ‘통일교 유착’ 권성동 체포동의안 가결···법원은 ‘증거인멸 우려’ 어떻게 판단할까

이길중 0 0
분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이 11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법원이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여부를 판단하게 됐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증거인멸 시도 정황 등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이제 권 의원의 구속 여부는 법원으로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만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고 권 의원의 범죄 혐의가 중대한지,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는지, 도주할 우려가 있는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안에서 권 의원이 통일교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마음을 먹고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준수해야 할 청렴의무를 위배한 채 정치자금 1억원을 교부받았다며 범죄가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가로 정부의 조직 및 예산으로 통일교를 지원했고 통일교에 대한 수사개시 정보를 누설하기에 이르렀다며 헌법 정신을 위배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적었다.
권 의원은 영장 심사에서 의혹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되지 않아 구속 시 방어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은 지난달 27일 특검 소환 조사에서도 윤씨를 만난 적은 있으나, 1억원을 수수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소환에 앞서 기자들에게 특검이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검은 권 의원이 구속되지 않으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특검이 제출한 체포동의안을 보면 권 의원은 윤씨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자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차명폰으로 수사관계자들과 연락해 증거를 인멸했다고 한다. 특검은 권 의원이 자신의 비서관을 통해 윤씨에게 접촉한 사실도 있다면서 지속적인 회유 발생 가능성이 매우 커 윤씨의 진술 번복을 비롯한 증거인멸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또 (권 의원이) 자신의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라고 생각하는 상황이라면서 중형 선고를 예상하고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인 만큼 도주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법원에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공립 특수학교 ‘성진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다. 처음엔 8년 전 뉴스인 줄 착각했다. 당시 서울 강서구에서 벌어진 상황과 비슷한 장면이, 불과 2주 전 성동구에서 있었다. 일부 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우려하며 특수학교 대신 ‘명품 학교’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생긴 일이었다. 실제로 특수학교가 집값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여러 사례를 통해 밝혀졌다. 그럼에도 집값을 이유로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교육권은 누구나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가 ‘명품’이 아니라서 설립을 거부한다는 건, 한 걸음 떨어져 보면 너무나 명백한 차별이다. 그럼에도 막상 그 지역에 사는 누군가에겐 특수학교 반대가 절박한 투쟁이 된다. 교육과 부동산이라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성공 주제가 소수자 차별로 연결되는 선명한 장면이다. 그래서 암울하다. 더 잘살려는 욕망이 소수자 차별의 원천이라면, 차별은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와 집값에 관해 사회에 축적된 경험이 있다. 서울 강남지역 개발을 성공시킨 요인의 하나로 다수의 명문 학교를 강남으로 이전시킨 일을 손꼽는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혁신도시를 개발하며 지역의 전통 있는 고등학교를 옮겨왔다. 사람들은 교육을 위해 해외로 떠나고, 수많은 이주가 교육을 위해 이루어진다. 그러니 내 이웃에 어떤 학교가 들어오느냐가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법하다.
사실 오래전부터 학교는 첨예한 차별의 현장이었다. 분트 1960~1970년대 한센인의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하려고 할 때 다른 학생들의 부모들이 항의하며 등교를 거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센병이 유전되는 것이 아니고 부모는 이미 완치되었으며 아동들이 감염된 사실이 없었음에도 반대가 거셌다. 왜 그랬을까? 한센인이 차별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차별의 이유였다. 나의 자녀가 한센인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있다는 사실로 남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내가 ‘어쩔 수 없이’ 차별하는 것이다.
나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차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먼저 차별하는 이런 복잡하고 모순적인 차별을 종종 본다. 소수자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편견이 사람들로 하여금 집, 학교, 지역의 가치를 의심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 불안에 압도되어 차별한다. 결국 ‘가치’란 우리의 집단적인 마음이 만드는 것이므로,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사회에 만연하는 한 나는 아니지만으로 시작되는 차별은 어쩔 수 없이 계속될 것이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사회가 함께 움직이면 된다. 3년 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들이 울산에 정착하게 됐을 때, 교육청이 앞장서서 주민들을 만나 이해를 돕는 작업을 했다. 교육청 스스로도 이슬람에 대한 무지를 깨치며 편견이 들어올 빈틈을 막는 일에 애썼다. 지역의 참여도 구했다. 당연히 많은 예산을 사용했고, 첫 등굣길에는 고 노옥희 교육감이 직접 학교에 나가 학생들을 반겼다.
내가 사는 지역을 가치 있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다만 어떤 가치에 값을 부여할지는 달라질 수 있다. 편견이 ‘값’을 지배하게 만들지, 다양성 존중과 우애의 정신이 지역의 가치를 높이게 만들지, 사회가 선택하고 움직일 수 있다. 단,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이 부친다. 사회 전체가 나아가도록 국가가 정책을 채택하고 예산을 투여해 이 과정 자체를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과정이 학교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는 ‘교육’이란 단지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해, 평화, 관용, 성평등 및 우정의 정신에 입각하여 자유 사회에서 책임 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준비하는 활동이어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주민과 선주민 등 다양한 이들이 같은 공간과 이웃에서 만나면서, 우리는 비로소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운다.
성진학교 신설안은 지난 9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해, 오늘(12일)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때때로 차별은 덜 중요한 의제로 치부된다. 하지만 학교 설립을 기다리는 장애인을 포함해, 모두에게 평등은 먹고사는 문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먹고사느냐와 상관있다. 우리에게는 생존이 중요한 만큼, 존엄하고 가치 있는 삶이 중요하다. 다시 또 누군가가 무릎을 꿇고 호소하기 전에 먼저 환영합니다라고 환대를 보내며 반갑게 사람을 맞이하는 다정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