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우 구매 41차례 향응·부하직원 차로 332차례 출퇴근한 인천시 공무원에 “강등” 적법

이길중 0 0 2시간전

인스타 팔로우 구매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40여 차례 향응을 받고 부하 직원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300차례 넘게 출퇴근한 공무원이 강등 처분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인천지법 행정 1-1부(김성수 부장판사)는 인천 옹진군 공무원 A씨가 옹진군수를 상대로 낸 강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0일 밝혔다.
법원은 “A씨에게 향응을 제공한 계약업체는 직무 관련자로 인정하기에 무리가 없고, 고의 또는 중과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출퇴근 운전을 한 부하 직원도 A씨가 상급자이기 때문에 차량 운행을 섣불리 중단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A씨는 높은 준법의식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있었는데도 계속해서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9년 9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직무와 관련된 계약업체 임직원들로부터 41차례에 걸쳐 137만원 상당의 식사·술·유흥 등 향응을 받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A씨는 또 2021년 1월∼2023년 2월에는 과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332차례 출퇴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2년 9월에는 공용차량으로 고향인 경상남도 사천시에 다녀온 뒤 부하 직원에게 유류비를 대납하게 했다.
인천시 인사위원회는 지난해 6월 A씨에게 강등 처분과 함께 징계부가금 412만원 부과를 의결했다. 강등은 감사원이 A씨를 조사한 뒤 요구한 정직보다 한단계 더 높은 처분이다.
인천시 인사위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받은 향응 수수액이 100만원 이상이고 비위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졌다”며 “직위를 이용해 사적 노무를 상습적으로 받으면서도 어떠한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직무와 무관하게 식사와 술자리를 가졌을 뿐이고, 향응 수수액은 실제로는 82만원에 불과해 경과실에 해당한다”며 “출퇴근 때는 부하 직원의 제안과 호의에 따라 ‘카풀’을 했을 뿐”이라며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올 하반기 대기업 채용 시장이 지난해보다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121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2.8％가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57.5％)보다 5.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채용 계획이 ‘없음’이라고 답한 기업은 24.8％로 전년 대비 7.3％포인트 늘었고, ‘미정’이라고 답한 비중은 38.0％로 2.0％포인트 낮아졌다.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 중에는 규모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37.8％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보다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24.4％,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37.8％였다. 채용 축소 응답은 지난해보다 20.2％포인트 늘었다.
업종별로는 건설·토목(83.3％), 식료품(70.0％), 철강·금속(69.2％), 석유화학(68.7％) 순으로 채용 계획이 미정이거나 없는 기업 비중이 높았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규모를 늘리지 않는 이유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경영 긴축’(56.2％)이 가장 많이 꼽혔다. 신규 채용의 어려움으로는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 인재를 찾기 어렵다’(29.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인력 확보가 어려운 직군으로는 연구·개발직(35.9％)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전문·기술직(22.3％), 생산·현장직(15.9％) 순이었다.
중학생 시절 음악 선생님이 지인을 통해 표를 구했다며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공연 표를 저렴하게 넘겨주신 적이 있었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여성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와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와 남편과의 관계에 관해 재치 있는 연기를 펼쳤던 것만큼은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주변 관객들은 웃기도 울기도 했던 것 같은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공연은 뮤지컬 <메노포즈>였다. ‘메노포즈(menopause: 완경기)’는 중학생 필수 영어단어였으려나? 이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관람했으니 내용을 따라가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메노포즈가 뭔지 알았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진 않다. 사춘기도 안 지난 여학생에게 완경기는 너무나도 ‘남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여자는 나이를 먹으면 몸과 정신이 좀 달라지는구나’를 어렴풋하게 느끼긴 했다. 엄마가 완경기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드시던 것도 얼추 그때쯤부터였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아직 많이 남았지만) 그 시기를 향해 가고 있다.
국가가 열렬히 추적해 마지않는 가임기 여성으로 약 40년, 완경(폐경)이행기 여성으로 약 5년, 완전한 완경기 여성으로 또 30년. 이렇게 거칠게 나눠 놓고 보면 여자의 일생이라는 건 꼭 ‘호르몬 전쟁’ 아닌가. 상징적·비유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다. 엄마의 갱년기와 자녀의 사춘기가 겹치면 집에서는 날마다 핵전쟁이 터진다(아빠는 보통 대피하는 듯하다), 여자끼리 살면 생리 전 증후군(PMS) 때문에 매달 ‘미친X 두 배 이벤트’가 벌어진다는 등의 이야기는 전부 실화다.
모든 (지정성별) 여성이 겪는 과정이지만 그 내막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도 부족하다. 이는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서 발생하는 통증과 낯선 감각을 눈치채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그것을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이번 [에프워드]는 우리 몸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를 보태보려고 한다.
‘분명 겪으면서도 말로 표현 못 했던 것’ 중 하나는 PMS다. PMS는 생리가 시작되기 전 나타나 생리가 시작하면 멈추는 신체적·감정적 증상을 뜻한다. 발생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생리 주기에 관여한 주요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등의 변화 때문이라는 설명이 주로 제시된다.
PMS 증상은 무척 다양하다. <굿바이, PMS>에 따르면 한 미국 의사는 PMS를 불안형(과민함, 기분 장애), 수분 증가형(부종, 수종이 두드러짐), 욕구형(극심한 허기, 단 음식 탐닉, 현기증, 실신), 우울형(슬픔, 혼란, 자살 충동) 등으로 구분했다. 매달 다른 증상이 다른 강도로 나타날 수 있다.
내 경우는 작업이 잘 안 풀려서 마우스로 마우스 패드를 쾅쾅 내려친 적이 있는데 돌아보니 그때가 PMS였다. 사람이 전부 싫어질 때, 떡볶이와 라면이 당길 때, 평소보다 비관적인 생각이 밀려들 때도 어김없이 그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PMS로 인한 몸살과 발열을 코로나19 증상으로 생각해 검사한 적도 여러 번이다.
이 정도면 다행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의료적 개입을 모색해야 하는 ‘생리 전 불쾌 장애(PMDD)’도 존재한다. <굿바이, PMS>는 “PMDD의 가장 큰 문제는 경계선 성격 장애나 양극성 기분 장애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자살 충동이 아주 강하고, 이를 제어하기 어려우며, 매달 생리 시작 전에 같은 상황을 겪는다는 점 때문에 일반적인 PMS와 구분된다”고 소개한다. PMDD의 대표적 증상으로는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 생리 주기가 다가올 때 반복되는 자살 충동, 브레인 포그(brain fog),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느낌 등이 있다.
PMS와 PMDD가 수반하는 고통에 비해 아직도 많은 여성들에게는 이 용어 자체가 낯설다. 주변 여성 중에는 자신 역시 이러한 변화를 겪으면서도 내가 PMS를 욕하는 걸 듣고서야 비로소 PMS란 용어의 존재를 알게 된 이들도 있다. 그러니 ‘여성 약 20%가 PMS를 겪는다’는 식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찜찜하다. PMS를 겪으면서도 그것을 PMS라 부르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면 실제 이를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알려진 것보다 높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증상의 유형과 강도가 들쑥날쑥하다는 점도 (자가) 진단을 힘들게 한다. <나는 여자고, 이건 내 몸입니다> 저자 여성의학과 전문의 마르탱 뱅클레르(책 제목과 별개로 남성이다)는 PMDD를 두고 “여성들은 자신이 이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증상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증상이 한 번에 끝날 수도 있고 연달아 몇 달 내리 나타나다가 약해지면서 사라질 수도 있고 그러다 몇 달 뒤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PMS나 PMDD라는 용어는 과거 여성의 다양한 증상을 싸잡아 매도할 때 쓰던 단어 ‘히스테리’에 비하면 한결 낫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이 월경과 관련된 증상을 인지해 명확한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에서부터 난관을 겪는다. 그 결과 지금 이 시간에도 여성들은 평소와 다른 우울감에 빠질 때, 폭식을 할 때, 졸음을 이기지 못할 때 자기 탓을 하고 있을 것이다.
PMS를 PMS로 인지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 사실 생리 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증상은 ‘치료’한다고 하기도 조금 어색한 감이 있다. 자연스러운 호르몬 변화에 수반하는 증상이지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 PMS가 왔네’라고 이름을 똑바로 부른다 한들 할 수 있는 일은 특별히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달라지는 건 분명 있다. PMS라는 용어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이랬다. ‘내 몸이 이상한 게 아니구나’, ‘내가 미친 게 아니구나’. 고통이 생기면 덜컥 겁이 나는 게 자연스러운 심리다. 어릴수록,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경험치가 부족할수록 낯선 고통은 두려움으로 증폭된다. 정확한 명명은 바로 그 두려움을 경감시키고 나와 비슷할 다른 여성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
여성의 호르몬 변화 단계 중 더 많은 언어를 필요로 하는 시기는 사실 ‘갱년기’일 수도 있다. 갱년기는 마지막 월경 이전에 호르몬이 불규칙해지는 시기로, 이 글에서는 ‘완경이행기’로 지칭한다. 남성도 나름의 갱년기를 겪기 때문에 여성의 변화만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완경이행기가 더 나은 표현이기 때문이다.
완경이행기는 불규칙 출혈, 발열감, 발한, 수면장애, 관절 통증, 브레인 포그를 비롯한 일시적 인지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뮤지컬 <메노포즈>에서 배우들이 연기로 보여줬던 것들도 이러한 몸과 마음의 변화였다. 한국 여성을 기준으로 대략 50대 초반에 찾아오는 완경이행기를 지나 80대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인생의 약 3분의 1은 완경기에 해당한다. 거칠게 보면 현시점 전 세계 여성 약 3분의 1이 완경기를 보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완경이행기와 완경기는 문화적·의학적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폐경의 역사>는 “18세기 이전에는 유럽의 자료에서 폐경 증후군 개념에 대한 언급을 찾기 어렵다”고 서술한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 여성의 생식능력을 풍부하게 탐구했음에도, 월경이 중년에 멈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이상의 논의는 드물었다는 것이다. <폐경의 역사>에 따르면 완경이행기와 완경에 근대적 명칭을 붙인 저자는 19세기 프랑스인 샤를 드 가르단이었다. 그는 당시 ‘여성들의 지옥’, ‘섹스의 죽음’ 등의 구어적 표현을 대체할 ‘메네스포지’를 만들어냈다.
비단 근대 이전의 문제만은 아니다. <완경선언>은 일본어에 완경이행기의 불타는 듯한 발열감을 지칭하는 표현이 없었다는 연구를 소개한다. 1980년대 인류학자 마거릿 락 박사 연구팀은 일본 여성을 대상으로 완경기 발열감 발생률을 조사했는데, 당시만 해도 완경기의 발열감을 가리키는 일본어 단어가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이를 묘사하는 문구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일본에서도 완경기 발열감을 뜻하는 영어 단어 ‘핫 플러시(hot flush)’에서 따온 ‘호토 프라슈’라는 단어가 사용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증상을 지칭하는 언어가 없다는 건 여성이 자신의 감각을 인지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인류학자 얀 모건 제저슨은 하와이에 거주하는 일본계 여성과 유럽계 여성을 대상으로 혈관운동증상(발열감) 경험을 응답하게 한 뒤, 24시간 동안 모니터링 장치를 부착해 실제 발열감을 추적했다. 그 결과 유럽계 여성 47%가 발열감이 있었다고 보고했지만 일본계 여성은 26%만이 발열감을 보고했다. 하지만 실제 모니터링 장치에 객관적으로 기록된 내용은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여성의학과 전문의 제니퍼 건터는 <완경선언>에서 이 두 연구를 소개하며 “이를 통해 문화적 요인이 발열감에 대한 표현 의지뿐 아니라 여성의 느낌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증상을 객관적으로 측정하지 않고 여성의 완경기 발열감 발생률이 문화나 민족에 따라 다르다고 보고하는 것 자체가 어떤 여성에게는 증상을 축소해 표현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현대 한국에선 얼마나 많은 완경이행기 증상이 아직 제대로 지칭되지 못한 채 여성들을 괴롭히고 있을까? 1970년대생 여성 3인이 펴낸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에는 당사자들이 ‘기-승-전-갱년기’ 식으로 중년에 찾아오는 모든 노화를 갱년기로 의심했다는 대목이 있다. 어떤 사람은 잠이 쏟아지는데 반대로 누군가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상반된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고, 노화인지 완경이행기인지 뚜렷이 구분할 수 없는 증상도 많기 때문이다. 다른 여성과 대화해보고 나서야 나도 완경이행기임을 깨달았다는 사례는 완경이행기 자가진단도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PMS, PMDD, 완경이행기 증상뿐만 아니라 자궁과 난소에서 발생하는 여러 질병은 진단할 때 월경량 변화, 불규칙 출혈, 심각한 통증 같은 증상들이 나타났는지를 묻는다. 여성 스스로 내가 겪는 통증이 ‘정상적인’ 통증인지, 월경시 내 출혈량이 ‘적당한’ 양인지를 따져봐야 할 때가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어느 정도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기준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학창 시절 월경 기간에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쓰러지거나, 조퇴하던 친구들이야 누가 봐도 심각한 고통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고서는 내가 겪는 정도의 통증을 남들은 겪지 않는다고 생각하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 월경이라면 으레 불편감과 통증을 동반한다, 갱년기는 당연히 힘들다 같은 관념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생리를 일 년에 네 번밖에 안 하면서도 병원에서 이상 없음 소견을 받았다는 친구의 사례를 접할 때면 어느 정도가 정상이고 어디서부터가 병인지를 판단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지독하게 위태로운 나의 자궁>은 저자가 자궁내막증을 뒤늦게 발견하고 투병한 기록을 담고 있다. 저자는 초경 때부터 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출혈량이 많았으나 자신이 병적인 상태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보호자의 적절한 관심을 받지 못했고, 더 중요하게는 스스로 비교군을 몰랐기 때문이다. 어렵게 표현하면 다른 사람이 월경으로 인해 겪는 통증의 ‘내성과 역치’를 알 방법이 없었다. 저자가 표현하듯 “여성이라면 신체적으로 그런 고통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는 통념” 역시 진단을 막았다. 완경이행기를 깨닫는 과정도 유사할 것이다.
의사 관점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동일하게 관찰된다. 여성의학과 전문의 건터는 “여성 환자에게 월경 출혈이 심한지 물으면 보통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만일 같은 환자에게 옷이 젖을 정도로 심하거나 ‘쏟아지는지’를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언제나 출혈이 심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거나, 이전에 출혈량에 대한 염려를 표현했을 때 무시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사례는 결국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우리를 이끈다. 내 자궁 이나 난소와 대화를 할 수는 없으니 전문의와, 주변 여성과 터놓고 이야기하는 기회가 필요하지 않을까. 인생의 다른 단계에 있는 여성들과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일이 무척 중요하게 느껴진다. 말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고, 이름 붙이지 못하면 말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월경과 호르몬 변화를 향한 감정은 양면적이다. 짜증나고 싫으면서도 안 오면 걱정되는 마음이랄까. 이 주기적 번거로움과 고통은 오로지 임신과 출산을 위한 것인데, (특히 앞으로 임신·출산을 할 의향이 없는 여성이라면) ‘월례 피의 축제’는 더욱 무의미하게 비치기에 십상이다. 헐크처럼 또 다른 내가 깨어나는 걸 체감하노라면 ‘진짜’ 내가 취약해지는 것 같아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완경을 앞당기고 싶느냐 하면 아마 많은 여성이 그건 또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완경을 둘러싼 온갖 비하적인 표현과 스테레오타입은 여성이 완경 후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리기 어렵게 한다. 완경이행기에 주변 여자 어른들이 힘들어했던 걸 보면 ‘이 고생 끝나니 저 고생이 오는구나’란 걱정부터 앞선다.
폐경에서 완경으로 용어를 전환하는 것 자체가 큰 위로가 된다. ‘폐경’은 고생만 죽어라 하다 여자로서 끝났다는 뉘앙스를 품은 탓에 달갑지 않았는데 ‘완경’은 해방이나 졸업, 완주를 연상시킨다. 어쩌면 완전한 종전이다. 완경 파티를 여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호르몬 전쟁에서 생존한 여성은 누구나 자축할 자격이 있다.
그날이 기다려진다고는 차마 못 하겠으나 살짝 궁금해진다. 재생산의 권능과 굴레에서 모두 벗어난 몸이란 어떤 느낌일지 말이다. 아마 모처럼 푹 자는 기분이지 않을까.
▼ 글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 일러스트 이아름 기자 areumle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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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태명은 OO이야.” 김씨 성을 가진 친구가 임신 소식과 함께 뱃속 아기의 태명을 알려줬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김OO이군’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가 ‘아차, 아니겠구나’하고 멈칫했다. “네 남편 성이 뭐였더라?” OO이의 이름은 답을 듣고서야 완성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여성 지인이 자신의 아이 이름을 소개했을 때 그 지인의 성씨, 즉 엄마의 성을 나도 모르게 붙여서 불렀다가 제대로(?) 바로잡힌 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