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소년보호사건변호사 [제천은 지금] ‘탈주’ ‘애마’ 달파란 음악감독이 말하는 ‘만드는 것’의 재미

이길중 0 0 2시간전

의정부소년보호사건변호사 영화 <탈주>(2024)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북한 군인 규남(이제훈)이 탈북을 위해 들판을 달릴 때, 심장 소리를 닮은 음악은 빠른 비트로 서스펜스를 만든다.
밴드 시나위, H2O, 삐삐밴드의 베이시스트이자 헤비메탈, 록,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를 선도적으로 탐구한 음악가 달파란(강기영)은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 감독이 된 지 오래다. 영화 <나쁜 영화>(1997)를 시작으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과 <도둑들>(2012) 등 시그니처 음악이 단박에 떠오르는 작품부터 <곡성>(2016)과 <탈주>에서의 상황적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음악 감독 경력 30년이 되어가는 달파란 감독은 ‘촬영 편집본’에서부터 영화 음악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8일 화상인터뷰로 만난 그는 “시각적인 예술이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라도 감독마다 표현이 다르다”며 “색감이나 편집의 콘셉트와 구도 등이 말해주는 게 많다”고 했다.
서사적 요소를 음악에 녹이기도 한다. <탈주>에서는 북한이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의 음악에 전통적인 어쿠스틱 악기를 사용했다. 이종필 감독이 극에서 규남이 라디오로 몰래 듣는 음악으로 설정한 가수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와 다른 삽입곡들의 조화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달파란 감독은 “그 노래가 뜬금없이 툭, 나와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해 그는 <탈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음악상을 받았다.
2020년대에 들어와선 tvN 드라마 <마인>(2021),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2023),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2024) 등 TV와 OTT 프로그램으로 저변을 넓혔다. 달파란 감독은 “극장용은 큰 소리로 음향을 더 느낄 수 있기에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드라마는 보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 할 궁리를 하는 면이 있다”며 “OTT는 그 중간에 있는 듯하다”고 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애마>의 80년대를 구현한 디스코풍 신시사이저 음악도 그의 작품이다. 달파란 감독은 “이해영 감독과 초기 시나리오부터 ‘옛날 스타일’로 음악을 만들어보자 얘기했다”며 “전체적인 톤을 빈티지하게, 신스사운드도 그 당시의 느낌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해영 감독과 영화 <경성학교>(2015), <독전>(2017), <유령>(2023) 등에서 연을 이어 왔다.
곧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될 전지현, 강동원 주연 <북극성>에서는 <기생충>, <오징어게임>의 정재일 음악감독과 처음으로 협업했다. 근래 작곡·연주 등을 혼자 해온 달파란 감독에게도 오랜만의 공동 작업이었다. 그는 “감정적인 장면은 정 감독이, 다이내믹이 필요한 장면은 제가 했다. 그 중간 지점의 부분들은 둘을 섞는 식으로 작업했는데, 잘 섞였다. 재미있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달파란 감독은 매일 평균 6시간 이상을 작업실에서 보낸다고 한다. “루틴이 있다기보다는, 매일 작업실을 나가야 하는 일정”이라는 그가 쉬지 않고 음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는 “처음 음악할 때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행위 자체에 아직도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엔 특정 장르를 파고드는 것보다는 ‘이 장르와 저 장르를 섞어보면 어떨까’는 등 의외성 있는 조합을 만드는 데 관심이 간다고 한다.
음악 감독이 아닌 달파란의 개인 작업물을 다시 만날 날도 올까. 그는 “언제 내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저도 기다리고 있다”며 “하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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