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플립폰테크 숨진 부산 고교생 3명 발견 1시간 전 이미 ‘미귀가 신고’ 있었다…“힘들다” 유서도
경찰은 그러나 가족들로부터 미귀가 신고를 받은 직후 학생들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 초동대처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질의에 공식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사건 신고가 접수되기 1~2시간 전에 숨진 학생의 가족이 미귀가 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한때 정확한 신고 접수 시간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이후 “미귀가 신고 시간은 21일 0시15분”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발견된 시간은 이로부터 1시간여 뒤인 21일 오전 1시39분이었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 1시39분쯤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 고교생 3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학생들은 오전 2시11분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같은 반 친구 사이인 이들은 20일 오후 11시43분쯤 이 아파트로 들어갔다. 이들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경찰은 숨진 학생 중 1명이 사건 현장 주변에 거주하고 있어 이 아파트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학생 중 2명은 현장에, 1명은 휴대전화에 유서를 남겼다. 경찰에 따르면 학생들은 유서에 “현재 힘들다.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내용을 남겼으며, 교내 괴롭힘 등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유족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공동대책반을 구성하고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교육청은 지난 21일 오전 10시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하고 교육감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어 중등교육과장 등을 중심으로 공동대책반을 구성해 필요한 조치 및 지원사항 등을 검토하고 사망 경위를 자체 조사하고 있다.
“인터넷은 잘 되나요?” 크루즈 여행을 앞두고 든 가장 큰 궁금증이자 현실적인 걱정이었다. 기항지에 정박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배 안에서, 더 정확히는 망망대해에서 보내야 하는 일정에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느림과 바쁨의 아이러니
지난 5월25일 저녁, 롯데관광의 전세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부산항을 출발했다. 대만 지룽을 거쳐 일본 사세보에 들렀다 돌아오는 5박6일간의 여정이었다.
배에 올라 가장 먼저 한 일은 ‘선상 신문’을 읽는 것이었다. 매일 새벽 객실 앞으로 배달되는 이 신문에는 당일의 프로그램과 공지사항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몇몇 프로그램에 동그라미를 치며 의외로 입체감 있는 날들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이 솟는다.
“크루즈 여행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여행 인솔자 김정희씨의 말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 참여한 첫 프로그램은 솔레 중앙 수영장 앞 광장에서 진행된 ‘그룹 댄스’였다. 수줍어하거나 낯을 가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미 흥이 ‘완충’된 상태였다.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각자의 리듬으로 몸을 흔들었다. 스피커를 뚫고 나올 것 같은 음악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질 즈음, 뒷줄에 서 있던 여행객 정정희씨(62)가 손수 멘토를 자처하더니 내게 소리쳤다. “아니, 이렇게, 방댕이(엉덩이)를 더 흔들어!”
멘토에게 가르침까지 받은 마당에 좀 더 적극적으로 놀아보기로 했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밟고 기억력 게임, 빙고, 모자 뺏기 게임까지 빠짐없이 참여했다. 경쟁심에 불이 붙어 결승전까지 올랐다. 아이들보다 먼저 야외 미끄럼틀을 타고 깔깔 웃다가 100m 길이의 선상 트랙 위를 조급함 없이 걸으며 긴장을 풀었다. ‘크루즈는 은퇴한 부모님 세대의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조금씩 흐려졌다.
때론 넘치는 에너지와 요란한 분위기에 한숨 내쉴 곳이 필요했다. 그럴 때면 자연스레 갑판으로 향했다. 바다를 마주한 의자에 앉아 몇 달째 펼치지 못했던 소설책을 완독했다. 때로는 목적지를 찾아다니느라 분주한 여행 대신 파도 위에 머무는 이 여유야말로 진짜 쉼처럼 느껴졌다.
선내에서의 유일한 위기는 ‘길치 DNA’가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11만4500t 규모, 길이 290m에 달하는 코스타 세레나호는 14층, 1500개 객실, 최대 37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크루즈다. 복도는 어디나 비슷했고, 창밖은 수평선뿐이었다.
무너진 방향 감각을 회복하려면 이성과 직관을 총동원해야 했다. 식당을 찾아 헤매던 중 스마트워치엔 어느새 ‘오늘의 운동량 충족’ 메시지가 떴다. 곳곳에서는 ‘길 잃은 동지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려니, 타이베이
정신없이 1박2일을 놀다 보니 첫 번째 기항지인 대만의 지룽항에 도착해 있었다. 하선 후 기항지 투어로 도착한 곳은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원이었다.
국민당 정부가 내전을 피해 대만으로 옮겨온 70만점 이상의 문화재 중 약 1%만이 전시되어 있지만, 그 1%가 주는 밀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곳의 대표 스타 ‘옥배추’와 ‘육형석동파육’을 맨눈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이어 시먼딩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만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북적이는 번화가였다. 현지 인솔자 초미미씨는 대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러려니’라는 단어를 품어야 한다고 했다. 성에 차지 않아 보여도 그러려니 하다 보면 기대 이상의 감동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려니’ 하며 걸어 다닌 시먼딩은 번화함과 소박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활기로 가득한 도시였다. 소규모 편집숍, 레트로 CD 가게, 직접 그림을 그려주는 캐리커처 부스, 무심한 듯 자리한 헌책방까지 정돈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동네였다. 바느질 선이 삐뚤빼뚤 살아 있는 천 조각처럼, 이 거리도 그렇게 정겹고 생기 있었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하든 즐거울 것만 같다.
고요한 시간 여행, 사세보
또 하루의 ‘종일 항해’를 마치고 도착한 두 번째 기항지는 일본의 사세보다. 이곳에서는 고즈넉한 시골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유토쿠 이나리 신사를 찾았다. 이나리는 벼의 신으로 농사, 풍요, 성공을 관장한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붉은 기둥이 끝없이 이어지는 통로가 나왔다. 산허리를 감싸며 펼쳐진 이 붉은 터널은 마치 현실과 비현실을 잇는 문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일상의 번잡함은 멀어지고 마음 깊은 곳에 고요한 평화가 스며들었다.
다음 목적지는 사세보의 아리타 포세린 파크였다. 사가현 아리타에 자리한 이 테마파크는 독일 드레스덴의 츠빙거 궁전을 본뜬 웅장한 유럽풍 건축물과 아리타야키 도자기의 정교하고도 깊이 있는 세계가 이질감 없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공원 한쪽에는 층층이 쌓인 노보리 가마(도자기 가마)가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 곁을 따라 걷다 보니 수백 년 전 흙과 불을 다루던 한국과 중국, 일본 장인들의 숨결이 문득 전해지는 듯했다. 과거와 현재가 조용히 마주하는 시간에 감탄이 절로 났다.
배로 돌아와 맞이한 선상의 마지막 밤, 여행이란 단순히 머무른 장소의 풍경이 아니라 그 속에서 쌓아 올린 시간과 마음의 흔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림과 바쁨이 교차했던 낯선 공간에서 나는 조금 다른 속도로 숨 쉬는 법을 배웠다. 별일 없이 유쾌했던 여정이었고, 그래서 더 좋은 여행이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분위기 전환을 꾀하려던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동시에 물류 대란과 원가 상승 우려를 키우고 있다. 3년6개월 만에 3000선을 회복한 코스피가 다시 흔들리고,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도 상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22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가 가장 주시하는 건 국제유가다.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유가 상승에 큰 타격을 받는다. 유가가 오르면 국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당일인 지난 13일(현지시간) 배럴당 74.23달러에서 20일 77.01달러로 급등했다. 서울 휘발유값도 21일 1721원을 넘었다. 통상 국내 유가는 국제유가를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7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까지 올라가고 이후에도 전년 대비 20% 수준의 상승이 지속된다면, 올해 4분기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류 차질 우려도 크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의 물류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에너지 공급 대란이 불가피하다.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유통된다.
금융시장 역시 단기적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6·3 대선 이후 꾸준히 오른 코스피 지수는 지난 20일 3021.84로 3년6개월 만에 3000선 위로 올라섰지만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확산하면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가 몰리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둔화하는 수출 국면에 ‘전쟁’ 역시 부담 요인이다. 중동이 한국의 주요 수출 지역은 아니지만 글로벌 공급망 불안 확대에 따른 교역 위축 등 간접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전쟁으로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현상) 위험이 커진 것도 대미 수출 둔화 요인 중 하나다. 2차 추경으로 경기를 진작하려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보다 금리 인하를 미룰 가능성이 커진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불확실성이 고조되면 기업이 신사업 진출이나 신규 투자를 줄이면서 추경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일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이날 “특이동향이 생기면 기관 간 긴밀한 공조하에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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