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서 온열질환 40대 치료 중 숨져···충남 사망자 4명으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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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서 온열질환 40대 치료 중 숨져···충남 사망자 4명으로 늘어

이길중 0 6
충남 당진에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던 40대 남성이 나흘 만에 숨졌다. 이로써 올해 충남지역 온열질환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다.
31일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10시20분쯤 당진시 읍내동 한 도롯가에서 A씨(49)가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30일 0시58분쯤 숨졌다.
앞서 27일 오후 4시20분쯤 청양군 대치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작업 중이던 B씨(86)도 온열질환 증세로 쓰러졌다.
B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이틀 뒤인 29일 오전 1시38분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0일 오후 6시 기준 올해 충남에서는 13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4명이 숨졌다.
이들 대부분은 야외 작업장이나 논밭 등에서 작업을 하다가 쓰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절반 이상은 낮잠 자려고 영화 보는 거야. 시원하니까.”
30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허리우드 실버 극장’에서 만난 80대 남성 A씨는 익숙한 듯 웃으며 말했다. 이날 상영한 영화는 <300 스파르탄>과 <로즈마리>였다. 수십년 지난 영화인데도 60여명이 상영시간에 맞춰 스크린 앞에 모였다. 영화에 집중하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스크린 위에선 전쟁이 한창인데 객석 곳곳에서는 고개를 숙인 관객들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온도가 27도로 설정된 에어컨에선 서늘한 바람이 나왔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은 기상 관측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열대야가 관측된 날은 모두 21일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4년 7월에도 서울에서 열대야가 21일 관측됐는데, 서울은 30일에도 열대야가 나타나 7월 열대야 최대 일수 기록을 깼다.
낮이건 밤이건 계속되는 폭염에 ‘추억의 극장’이 7080세대에게 피서처이자 쉼터로 자리 잡았다. 허리우드 실버 극장은 사회적 기업 ‘추억을 파는 극장’이 운영한다. 관람료는 55세 이상 2000원, 65세부터는 1000원이다.
신선기씨(73)는 영화 관람에 앞서 인근 탑골공원에 가 무료 도시락을 받았다. 용산구 보광동에 사는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 탑골공원을 찾아 끼니를 해결하고, 극장에서 더위를 식힌다. 신씨는 “젊을 때는 여름이 이렇게 길지도, 덥지도 않았다. 입추만 돼도 확 시원해졌는데, 지금은 10월에도 덥다”며 “나이 탓도 있지만, 이상기온이 심해진 탓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씨와 함께 <300 스파르탄> 표를 끊어 상영관에 들어갔다. 그는 “이 나이에 로맨스 영화는 간질간질해서 싫고, 액션이 좋다”고 말했다. 영화가 시작한 지 20분도 안 돼 신씨의 고개가 꾸벅댔다. 그는 “자막 크기는 큼직해서 좋은데, 너무 빨리 지나가. 어둡고 시원하니 잠이 오네”라고 머쓱해하며 웃었다.
이들이 매일 집을 나서는 건 덥기도 하지만 적적해서다. 신씨는 혼자 산 지 10년이 넘었다. 아내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찾은 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그는 “밥 차리기도 귀찮고, 혼자 먹기도 뭣해서 나온다”며 “이 더위엔 문을 열면 더위가 확 몰아쳐 나가기가 싫은데, 그래도 나와서 영화 구경이라도 하는 게 낫다”고 했다.
관람권이 저렴해 “집에서 에어컨 트는 것보다 낫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친구 세 명과 극장 내 카페를 찾은 한윤모씨(84)는 “전기세도 아깝고, 혼자 있을 때는 굳이 에어컨을 안 켜게 된다”고 말했다. 지하철도 여전히 어르신들의 인기 피서처다. 한씨는 “웬만해선 2호선을 타. 2호선은 계속 돌잖아”라며 ‘꿀팁’을 알려줬다.
여름철 허리우드 극장을 찾는 방문객은 하루 600명을 넘는다. 김은주 추억을 파는 극장 대표는 “경로당보다도 여길 더 많이 찾으시는데, 서울시 지원은 작년부터 아예 끊긴 상황”이라며 “하다못해 전기료라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업 협력에 1500억달러…나머지는 반도체·원전 등 펀드에LNG 등 1000억달러 구매…자동차 관세 15%, 쌀·소고기 지켜일본·EU 수준 맞췄지만 ‘투자 이익’ 귀속 두고 양국 시각차도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 시한을 하루 앞둔 31일 관세 협상을 포함한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상호관세는 당초 미국이 설정한 25%에서 15%로 하향 조정됐고,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했다. 자동차 품목관세율도 15%로 맞춰졌으며, 한국이 향후 4년간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자원 1000억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 한국의 쌀·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며 “관세를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여건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국 협상 대표단과 면담한 직후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하기로 동의했다”며 “한국에 대한 15% 관세 부과에 동의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 상당의 투자를 하기로 했고, 이는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대통령인 내가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축산물 협상과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미국의 강한 개방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식량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자동차, 트럭, 농업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3500억달러 규모 투자의 큰 틀은 정해졌다. 한국은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에 1500억달러를, 핵심광물 등 경제안보 분야 지원을 하는 펀드에 나머지 2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조선 분야 외에도 반도체, 원전, 2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펀드도 2000억달러 조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상단 수석대표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1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 즉 마스가(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라며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등을 포괄한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 이익 귀속을 두고 한국과 실무 협상을 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엑스에 “수익의 90%가 미국민에게 간다”며 “투자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정해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투자 이익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고 미국에 머무른다는 뜻으로 사용된 것 아니겠나”라며 “비망록 원문을 보면 ‘투자로부터 이익의 90%를 리테인(retain·유지)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이 산업재해로 숨졌다. 하루아침에 ‘유가족’이 된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곳곳에서 연락이 온다. 회사가 내민 합의서에 서명을 해야 할지, 경찰의 질문엔 뭐라 답할지,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수많은 선택지가 한꺼번에 몰아닥친다. 당신은 어떤 길을 갈 수 있을까? 그 길이 ‘더 나은 길’이 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경향신문은 고 강대규씨 딸 강효진씨, 고 홍수연씨 아버지 홍순성씨, 고 이한빛씨 아버지 이용관씨, 고 문유식씨 딸 문혜연씨,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에게 산재 유가족으로서 어떤 난관을 겪었는지 물었다. 그리고 유가족이 ‘남은 삶’을 놓지 않고 끌어안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들었다. 이들의 이야기와 김용균재단의 ‘산재 사망사고 유가족을 위한 안내서’를 참고해 산재 유가족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들을 정리했다.
산재 유가족이 된 당신에겐 가장 먼저 ‘회사 사람’이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산재 책임을 피하려고 피해자를 탓하는 말을 할 수 있다. 실제 김미숙씨와 문혜연씨는 “고인이 하지 말라는 작업을 굳이 했다”는 말을, 홍순성씨와 이용관씨는 “고인의 성격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얘기를 들었다. 이런 말을 하며 보상금 등을 제시하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유가족들은 그때 ‘무엇이 나의 권리인지’ 알려줄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면 처음엔 ‘우리가 불운해서 죽었구나’라고만 받아들이지 산재에 대한 이해가 없거든요. 인터넷에 산업재해를 검색해봐도 대형 로펌들이 기업을 상대로 낸 광고만 나오지 유가족이 어떤 절차를 밟고 어떤 권리를 말할 수 있는지 그런 정보를 얻긴 정말 힘들어요. 고용노동부나 국가 차원에서 유가족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알려줬다면 그렇게 불안에 떨지 않았을 것 같아요.” (문혜연씨)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만 들고 허둥지둥했어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 외딴섬 같은 기분이었어요. 김용균재단의 유가족 안내서로 겨우 제 권리가 뭔지 인식했는데 그런 일을 국가가 아닌 유가족이 해야 한다는 현실이 착잡해요. 아버지가 산재를 인정받았을 때 근로복지공단에서 위로의 선물이라면서 수건을 보내줬거든요. 그런 형식적인 물건보다 차라리 산재가 발생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면 좋겠어요.”(강효진씨)
김용균재단은 안내서에서 ‘유가족은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재발 방지 약속·진정한 사과·금전 보상 등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의사를 전달할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회사에 요구사항을 전했을 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황과 판단에 따라 합의를 재시도할 수도, 싸울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실’을 직접 찾아나설 수도 있다.
산재로 사람이 사망하면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각각 수사를 시작한다. 안전보건공단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검찰이 최종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안전보건공단 직원이 ‘재해조사의견서’를, 노동부 수사관이 ‘중대재해조사보고서’를, 회사가 ‘산재조사표’를 작성한다. 이 가운데 당신에게 손쉽게 제공되는 정보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유가족에겐 그 어떤 수사기관도 협조적이지 않아요. ‘알려줄 수 없다’고만 해요. 가해자인 회사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죠. 수사기관에게 유가족은 피해자가 아닌 ‘제3자’거든요. 인간적 도리를 수사관 개인한테 요구해야만 해요.”(김미숙씨)
당신은 경찰과 노동청에 진정을 넣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 등이 ‘개인 정보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 유가족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가족은 재해 조사 전반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요. 생명안전기본법을 만들자고 말하는 이유예요. 생명안전기본법은 산재를 포함해 안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유가족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정확한 정보를 받을 권리를 명시해요. 유가족도 피해자라고 말해주는 법이 절실해요.”(이용관씨)
유가족들은 생명안전기본법, 재해조사의견서 공개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법안엔 중대재해 발생 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재해조사의견서를 반드시 작성하고 이를 유가족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발의된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당신에게 유가족으로서 겪어야 할 모든 과정은 상처가 될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난다고 쉬이 해결되지 않는다. 지난 6월1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김충현씨의 유가족을 만나고 돌아온 날 김미숙씨는 7년 전 아들을 보낸 기억에 몸이 절로 떨렸다. 8년 전 딸을 잃은 홍순성씨도 산재 사망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막혀온다. 하지만 유가족의 트라우마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 조사와 심리 지원 제도는 부족하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유가족에게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대상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로 제한된다. 배우자가 수급자격자라면 그 자녀는 심리상담을 받을 수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수사기관만 쫓아다니고 있었을 때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센터에 전화했는데 배우자만 가능하다면서 저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했어요. 너무 외로웠어요.”(문혜연씨)
“트라우마로 목숨을 끊는 유가족도 정말 많아요. 개인 돈으로 병원에 다니는 사람도 많고요. 산재 트라우마는 약물치료로는 한계가 있어요. 같은 유가족끼리 연결해주거나 아픔을 이해해줄 수 있는 전문 심리 센터가 필요해요.”(이용관씨)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는데 아픈 건 당연하다’며 치료를 거부할 수도 있다. 유가족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신이 용기를 낸다면 김용균재단 등에 연락해 심리상담을 받거나 산업재해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에서 매달 한 번씩 하는 유가족 모임에 나올 수 있다.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다”고 유가족들은 말한다.
한 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은 평균 2000명가량이다. 지난해에도 2098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심리 치료를 받더라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보면 당신은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유가족들은 “결국엔 국가가 바뀌어야만 유가족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진짜 치유는요, 국가가 산재를 제대로 관리하고 사람을 죽이는 기업을 처벌할 때 될 수 있어요. 그래야만 우리 자식이 잘못하지 않았고 그 많은 죽음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국가와 기업이 우리의 말을 받아 안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우리를 인정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을 받고 실질적으로 이 죽음들을 막아야 우리도 진정으로 치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김미숙씨)
“예전에 어떤 분이 ‘고용노동부 건물에 산재를 당한 고인의 이름을 전부 새겨서 기리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걸 들었어요. 가족이 없어서 아무도 싸워줄 수 없는 희생자분들도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누가 기억해주겠어요. 국가가 해줘야죠. 우리 사회가 정말로 노동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해줘야 국민들도 산재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문혜연씨)
그리고 유가족들은 바란다. ‘당신’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를 기억해달라고.
“산재가 저에게 일어나기 전까진 이렇게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걸 몰랐어요. 나한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것도요. 하지만 이렇게 먼저 겪은 사람들이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도 내일의 나에게, 내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유가족들의 싸움을 같이 주목해줬으면 좋겠어요.”(강효진씨)
“우리는 지금도 산재 뉴스를 보면 문득문득 가족을 보내던 때가 떠오르고 그래요. 내 가족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하고요. 일반 사람들은 유가족이 평생 가슴에 담고 가야 하는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요. 국가가 우리 고통을 분담해서 젊은 사람들한테 다시는 이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도 체계도 인식도 바꿔줬으면 하는 바람이죠.”(홍순성씨)
‘다시는’ 아무도 죽지 않고 잃지 않는 세상을 위해 수많은 ‘당신’들이 무사히 퇴근하는 사회를 위해 유가족들은 오늘도 남은 삶을 싸움으로 채워간다. <시리즈 끝>
워싱턴에서 스코틀랜드까지러트닉 미 상무장관 밀착 마크“단순하게 말하라” 조언받아
트럼프, 합의문 수정은 안 해협상에 ‘마스가’가 크게 기여
한국 협상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은 30일 오후(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40분간 진행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동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보고서야 “이제 (타결이) 현실화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주미 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말했다. 한·미 무역 합의를 가장 먼저 알린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협상단에 “보통 대통령이나 총리가 아니면 직접 협상하지 않지만 한국은 각료급과 협상한다는 것은 내가 한국을 굉장히 존중하고 중요시한다는 걸 방증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날짜를 먼저 잡자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는 협상단이 워싱턴, 뉴욕,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밀착 마크’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비롯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면담은 전격적으로 이뤄졌지만 협상단은 사전에 ‘역할놀이’까지 하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한 명이 트럼프 대통령 역을 맡고 다른 사람들은 한국 협상단 역을 맡아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예행연습을 했다. 특히 “복잡하게 설명하지 말고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게 말하라”는 러트닉 장관 등의 조언을 참고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실제 대면하며 “협상의 달인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유럽연합과의 협상 때처럼 합의문에 적힌 한국 측의 투자 제안 액수를 직접 수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국이 당초 제시한 대미 투자 규모는 최종 합의 액수인 3500억달러(약 487조원)보다 적었다고 김 장관은 확인했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오케이 사인 해주지 않은 부분이 있다. 금액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한국을 가장 크게 압박한 부분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였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농축산물 추가 개방 요구가 굉장히 거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한국의 과채류 검역 절차에 대해 직접 물었을 정도였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여 본부장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수많은 인파가 모인 집회 사진을 직접 준비해 제시하면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의 정치적 민감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협상의 기류가 바뀐 변곡점은 스코틀랜드 출장이었다. 취임 직후 방미한 김 장관은 여 본부장과 함께 지난 25일 워싱턴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나 마스가(MASGA)로 명명한 조선 협력 패키지 제안을 담은 가로세로 1m 크기 패널을 보여줬고, 러트닉 장관은 이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 수행차 자리를 비우면서 협상 흐름이 끊기게 됐다. 이에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지난 27일 스코틀랜드로 향했다. 김 장관은 “스코틀랜드에서 두 차례 협상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전기를 마련했다. 마스가를 좀 더 구체화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러트닉 장관이 어떤 식으로 답변해야 하는지도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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