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관심” vs “약속”···미·일, 대미 투자 상세항목 놓고 또 혼선
아사히는 이날 일본의 5500억달러(약 786조원) 규모 대미 투자안과 관련해 미 백악관이 발표한 팩트시트(설명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 측 문서와 상충하는 기술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미·일은 지난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후 일본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자료를 발표했다.
일본은 ‘일·미 간 투자에 관한 팩트시트’에서 사업 21건에 대해 일본 기업이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참여를 ‘검토’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백악관이 발표한 ‘팩트시트: 트럼프 대통령, 일본에서 수십억달러 투자 유치’는 “일본 기업이 투자 추진 의지를 밝혔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우리 측 팩트시트는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적은 문서일 뿐 일본의 정책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양측 문서에 기재된 투자 액수도 다르다. 아사히는 “일본 자료에 있는 사업 규모는 약 4000억달러인 반면 미국 자료에선 5000억달러를 넘는다”면서 일본 정부 관계자가 “(미국이) 어떻게 숫자를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미국 문건에만 있고 일본 발표에는 없는 내용도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일본에 ‘역수입’하고 유통망을 미 자동차 제조사에 개방한다는 내용이 한 예다. 일본 발전사 JERA와 도쿄가스가 미국 알래스카주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하겠다는 문서를 체결했다거나 JERA가 루이지애나주 셰일가스 개발에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문구도 미국 측 발표에만 있다.
미국 자료에는 일본이 오는 12월 시행 예정인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규제 강화법과 관련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유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법안은 미국 애플, 구글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스마트폰 앱 시장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국이 투자 관련 문서에 이러한 내용을 넣은 의도를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 민간연구소 노무라소켄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방문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이 이만큼 늘었다는 것을 미국 내에 강조하려는 것 같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무엇도 증명되지 않은 내용일 것”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미·일 양국은 이전에도 협상 내용을 놓고 인식 차를 드러낸 바 있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 시절인 지난 7월 미국과 ‘일본산 수입품에 15%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으로 무역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미국은 이 합의를 최고 세율이 15%가 아니라 기존 관세에 15%를 추가 부과하는 것으로 이해했고, 일본은 이를 바로잡느라 진땀을 흘렸다.
일본의 대미 투자 합의는 일찍이 일본 내에서 ‘불평등 조약’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달 체결된 미·일 투자 양해각서를 보면 일본의 투자 대상을 정할 최종 권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일본이 자금을 제공하지 않으면 미국이 관세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도 명기됐다. 일본 측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기재되지 않았다.
1776년은 자유주의 정치경제 사상사에서 기념비적인 해이며, 어쩌면 원년(元年)일지도 모른다. 미국 독립선언서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모두 이해에 출간됐기 때문이다. 전자는 자유주의 정치 질서를 구현하는 원형이라고 할 미국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는 문서다. 후자는 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어떤 가치를 담고 있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문서다. 그런데 이 1776년에는 결을 달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다. 제임스 와트가 만든 증기기관이 상품화 단계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왜 ‘결을 달리한다’고 하는 것인가? 자유주의가 그려내는 사회의 비전과 산업혁명이 그려내는 사회의 비전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18세기 말의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마치 같은 뿌리에서 나온 쌍생아처럼 말하곤 하지만, 가만히 따지고 보면 이는 큰 문제가 있는 관점이다. 미국 독립선언서와 미국 헌법, 그리고 <국부론> 모두가 산업혁명 이전의 농경 사회, 기껏해야 농업과 상업이 공존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담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인신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그리고 소유권이 보장된다면 이들이 각자 재능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찾아낼 수 있고, 또 이러한 개개인의 행복이 이루어질 때 그것이 하나로 합쳐져서 사회 전체의 조화를 가져온다는 ‘자연적 질서’와 ‘자연적 권리’의 체제. 이것이 바로 두 문서에 공히 나타난 자유주의 사상의 비전이며, 이는 아직 기계제 대공장이 나타나기 이전인 18세기 ‘수공업’ 시대의 반영물에 불과하다.
자유주의 정치경제 질서의 비전과 산업 문명의 비전 사이에 내재한 충돌과 모순은 19세기 말에 이르면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운동의 대두, 다른 한편으로는 호전적 제국주의의 발호라는 모습으로 불거져 나왔다.
거대한 기계가 생산의 주역으로서 새로이 등장한 이상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양대 계급의 출현은 필연적이었으며, 그 사이에 나타나는 극심한 불평등도 필연적인 것이었다. 1848년 이후의 유럽과 미국에는 자유주의적인 정치경제 질서가 확산했지만 헌정주의에 입각한 정치 질서와 시장 경제에 입각한 경제 질서는 계급 모순과 불평등이라는 산업 문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고, 노동자들의 사회주의 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자유주의 질서를 근본부터 위협하는 요인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산업 문명은 철도와 증기선을 발명하고 철강과 중화학 공업의 발전을 이루면서 서방 강대국들의 군사적·지정학적 갈등의 무대를 좁은 유럽 대륙이 아닌 전 세계로 확장한다. 식민지의 획득과 영토의 팽창은 다시 값싼 원료와 넓은 상품 시장을 확보해 산업의 폭발적 팽창을 가능케 하면서 되먹임 효과를 낳고 격렬한 제국주의적 대립을 배태해 세력 균형과 자유무역 질서를 근본부터 허물게 되며 결국 1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된다. 사회주의 운동과 제국주의 팽창은 각각 좌파 세력과 우파 세력에서 자유주의 질서를 공격하는 두 개의 동력으로 자리 잡는다.
결 다른 신자유주의와 디지털혁명
전쟁이 끝나고 1920년대가 되면 자유주의 정치경제 질서의 붕괴를 재촉하는 더욱 극적인 상황이 찾아온다. 지배적인 산업 기술 패러다임이 19세기의 산업 구조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전환하는 일이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된 것이다. 1차 세계대전 후반부에 나타난 탱크와 전투기와 잠수함과 독가스는 이제 중화학 공업으로의 산업 기술 전환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사생결단의 문제라는 것을 똑똑히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중화학 공업 전환을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금융·투자 조달, 노사 관계 안정화, 상품·원료 판매망 확보 등이 필요했지만 헌정 질서와 시장 경제라는 자유주의의 정치경제 질서가 담보해줄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중화학 공업으로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서는 적극적 산업 정책과 금융 지배, 노사 관계 집산화, 계획 경제 기능 등을 장착한 새로운 국가와 새로운 경제 질서가 필요했다. 이에 자유주의를 근본부터 폐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정치경제 질서를 수립하지 않으면 산업 문명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우파로부터 강력하게 제기되었고, 이에 근거한 혁명적인 움직임이 각국에서 나타났다.
대공황이 터지자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을 필두로 자유주의 질서의 붕괴가 전면화됐다. 이 산업 우파들은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모두 폐기하고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강력한 국가와 집산주의 체제를 수립해 중화학 공업 전환을 완수하고 미국·영국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육성하자고 했으며, 이것이 나치즘 체제의 중요한 이념적 기초가 된다.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됐고, 1930년대 말이 되면 전 세계에 민주주의 국가는 몇개 남지 않게 된다. 자유주의는 이렇게 종말을 고했다.
1989년은 (신)자유주의적 세계 질서 수립의 원년이 되는 해일지도 모른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도,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논문이 발표된 것도 이해이기 때문이다. 20세기 내내 자본주의의 경쟁자로 버티던 공산주의가 마침내 무너졌으며, 후쿠야마의 명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이야말로 역사가 마침내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절대 이성의 완성태라고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는 지구상의 그 누구도 자유주의 정치경제 질서가 당위성과 현실성을 모두 갖춘 체제라는 주장을 부인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한편 1989년에는 산업혁명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사건들도 벌어졌다. 월드와이드웹의 구상이 처음으로 나타났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초 버전과 애플 매킨토시 포터블 컴퓨터가 출시된 것도 이해였다. 하지만 이 두 사건은 ‘결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표방하는 민주주의 정치 제도와 시장 경제 질서는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이 활동했던 1970년대 이전의 세상을 맥락으로 해서 생겨난 것이었지만, 디지털 혁명은 그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나타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일국 범위를 넘어선 전 지구적 질서를 야심차게 구상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과 귀결은 서로 전혀 다른 것이었다.
끝없는 진화의 필요성 망각
전 지구적 규모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자본과 상품과 사람의 흐름으로 80억 인류의 경제생활을 구성할 것이며, 또한 자유롭게 이동하는 정보와 의견의 흐름으로 각국의 민주주의 정치 질서를 만들어내고 또 지구적 차원의 ‘거버넌스’도 만들어내자는 것이 구상이었지만, 금융 자본주의와 디지털 혁명이 맞물려서 만들어진 산업 문명의 현실은 이런 구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지구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부가 흐르면서 어디라 할 것 없이 불평등은 극심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에 맞먹는 ‘사람’의 흐름으로 인해 이민자 문제가 미국과 유럽부터 심각한 문제로 대두돼 각각 좌파와 우파의 주요한 정치적 레퍼토리가 됐다.
간헐적인 금융위기가 지구 전체를 반복해 휩쓸고 또 여기에 기후위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산업 전체의 혁신과 전환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지상과제가 됐고, 디지털 혁명에서 나타난 인공지능과 로봇은 이제 미국과 중국을 위시해 모든 산업국들이 기꺼이 머리를 숙여 마지않는 ‘청동 염소’ 우상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과 로봇의 새로운 산업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헌정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질서를 넘어서야 한다는 흐름이 2020년대 현재 세계 각국에서, 그리고 당혹스럽게도 (신)자유주의 질서의 종주국이라고 할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도 자유주의 체제가 극우 진영의 도전에 봉착해 조만간 권력을 내어줄 위기에 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체제는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돼 오늘날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산업 전환과 그것이 공간적으로 전개된 지구화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실패했다. 이제 세계는 바야흐로 탈신자유주의의 흐름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100년의 시차를 둔 1920년대와 2020년대에 나타나는 이 평행성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고전적인 대의제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준칙으로는 산업 문명의 역동성에 충분히 대처할 수 없으며, 그러한 실패가 벌어질 경우 아주 야만적인 세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홉슨과 케인스와 같은 경제학자들, 홉하우스와 듀이와 같은 사회철학자들, 루스벨트와 로이드 조지와 같은 정치가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각자의 영역에서 기존의 자유주의 사상과 질서에 대해 파격적인 혁신과 변모를 이루어냈다. 이러한 지적·도덕적 혁신이 영국과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산업사회로의 이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자유주의는 태생적으로 농경 상업 사회에서 형성된 사상이므로 산업사회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산업사회는 새로운 대규모 기술 혁신이 벌어질 때마다 정치경제 질서는 물론 사회 전반에 총체적인 변화를 요구하게 돼 있다. 따라서 자유주의 사상이 계속해서 그 소중한 가치인 자유·평등·연대를 현실에 실현할 수 있으려면 산업사회의 변모에 따라 그 자신이 끝없이 진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100년 전 사람들도 알고 있었던 이러한 깨달음이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에 걸쳐 (신)자유주의 질서의 쇠퇴를 보고하고 한탄하는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그것을 어떻게 뿌리부터 개혁해야 자유·평등·연대라는 그 알기의 진리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인가의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자유주의의 쇠퇴와 위기는 그 원인이 산업사회의 역동성에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 진정한 원인은 자유주의자들의 교조주의와 나태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주 EBS1 <건축탐구 집>의 주제는 ‘벼랑 끝, 집으로 서다’로,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 있는 집이 소개된다. 건축주들에게 집은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딘 보금자리다. 경기 광주엔 삼남매의 엄마이자 목수인 정자희씨의 집이 있다. 정씨는 이혼 후 살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2층이던 목공방 건물을 3층으로 증축했다. 1층은 목공실, 2층은 파티룸, 3층은 침실·서재 등으로 쓰인다. 엄마와 삼남매는 이 집에 살며 더욱 끈끈해졌다.
강원 춘천에는 마당 하나에 두 채의 집이 있다. 요식업을 하는 남편을 위해 한 채는 식당으로, 다른 한 채는 부부의 보금자리로 쓰인다. 부부는 신혼집을 전세사기당한 뒤 부족한 예산으로 새집을 마련해야 했다. 1970년대 지어진 구옥을 최소한의 돈을 들여 지금의 집으로 고쳤다.
살림채 중문 너머에는 반려묘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세사기를 당한 뒤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시기, 부부는 쓰레기장에 버려진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다 키우며 안정을 되찾았다.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하는 부부에게 반려묘들과의 공존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28일 오후 9시55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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