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폰테크 회송용 봉투 안 ‘기표된 투표용지’ 논란, “선거인 자작극” 몰았던 선관위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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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폰테크 회송용 봉투 안 ‘기표된 투표용지’ 논란, “선거인 자작극” 몰았던 선관위 실수였다

이길중 0 2
즉시폰테크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경기 용인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기표가 된 투표용지가 발견돼 논란이 된 사건은 투표사무원의 실수에서 기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서부경찰서는 18일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알리면서 “검찰과 협의해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신고를 한 선거인의 자작극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결과적으로 선관위 측 실수를 선거인의 자작극으로 몰아간 셈이 됐다.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7시10분쯤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회송용 봉투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가 된 투표용지가 반으로 접힌 채 나왔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투표를 하려던 20대 A씨가 자신이 받은 회송용 봉투 안에서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발견하고 신고한 것이었다.
선관위는 사건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자 “해당 선거인이 타인으로부터 기표한 투표지를 전달받아 빈 회송용 봉투에 넣어 투표소에서 혼란을 부추길 목적으로 일으킨 자작극으로 의심돼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선관위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다. 투표사무원이 A씨보다 먼저 투표한 선거인 B씨에게 실수로 회송용 봉투 2개를 준 것이 발단이었다. B씨가 받은 봉투 중 1개는 주소가 적힌 스티커가 부착된 상태였고, 나머지 1개는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것이었다. B씨는 선거사무원에게 봉투 1개를 돌려주는 과정에서 착각해 자신이 기표한 투표용지가 들어 있는 봉투를 돌려줬고, 빈 봉투를 투표함에 넣었다. 이어 투표한 A씨는 B씨가 잘못 반환한 봉투를 받았고, 그 안에서 기표된 투표용지를 발견했던 것이다.
선관위는 이날 “사전투표 기간 중 부정선거 주장 단체 등으로부터 다수의 투표방해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 의뢰를 했던 것”이라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선거인을 의심한 것에 대해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선어 신문 허용·교육기회 확대1920년대부터 통치 기조 달라져
조선은 일본 출판계 새 시장 부상사회주의 책, 한반도 유입도 활발
일본 본토에선 검열 약한 점 활용현지 출판 이후 조선으로 역수입
<불량한 책들의 문화사>는 식민지 시기 일본과 조선의 관계를 당시 출판문화를 통해 살핀 책이다. 일본 니혼대에서 일본문학을 가르치는 저자 고영란 교수는 ‘가해자 일본과 피해자 조선’이라는 구도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흥미로운 장면들을 책에 여럿 담아놓았다.
불량한 책들의 문화사고영란 지음 | 윤인로 옮김푸른역사 | 418쪽 | 2만8900원
일본 제국 통치 권력은 ‘불령선인’(不逞鮮人·불온하고 불량한 조선인)이라는 멸칭을 만들어 조선인을 비하하고 단속했다. 그러나 일본 출판인들에게 조선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잠재력 높은 시장이었다.
일본은 1910년대 무단통치의 실패를 인정하고 1920년대부터 한반도에 대한 통치 기조를 바꿨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시사신문 등 민간 조선어 신문 발행이 허용됐고 교육 기회도 확대됐다. 교육 기회의 확대는 일본어를 읽을 수 있는 독자층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출판자본은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와 관련해선 당시 일본 출판사 개조사의 대표 야마모토 사네히코의 행보가 주목할 만하다. 야마모토는 1926년 근대 이후 일본 명작 소설을 권당 1엔에 파는 이른바 ‘엔본’을 성공시킨 장본인으로, 20세기 전반 일본의 대표적 편집자 겸 기업가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일본이 만주를 침공했을 무렵 일본 출판시장은 너도나도 ‘엔본’ 출간에 뛰어든 후유증으로 부진을 겪고 있었다. 이때 조선을 비롯한 식민지는 엔본 재고를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경제 왕래’라는 잡지의 1931년 12월호에 따르면, “엔본 시대 이래의 일대 스톡(재고품)이 만주에 출동한 우리 군에 못지않은 기세로 파격적인 특가 제공을 통해 식민지로 밀어닥쳤다”.
야마모토는 이념적으로는 일본의 만주 침공을 옹호한 보수적 인물이었지만, 당시 일본 출판시장에서 사회주의 성향의 출판물들이 인기를 얻자 개조사의 출판 방향을 ‘왼쪽’으로 꺾었다. 조선 청년들은 개조사의 사회주의 성향 출판물들의 주요 고객이었다.
개조사는 1928년 5월 <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을 출간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내 다른 출판사 5개가 연합해 ‘연맹판’ <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을 내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개조사는 그해 5월18일 본토의 주요 신문인 도쿄아사히신문에 전집 광고를 게재한 데 이어, 나흘 뒤인 5월22일에는 동일한 내용의 광고를 동아일보에도 실었다. 야마모토가 1932년 경성을 방문했을 때 동아일보 사장 송진우와 편집국장 이광수는 고급식당에서 그를 위해 연회를 열었다. 동아일보 입장에서는 중요한 광고주에 대한 접대의 자리였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동아일보나 조선일보 입장에서 일본 출판사 광고는 구독료만으로는 신문사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적자 경영을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였다. “식민지 시대를 살펴보면 민간지 수입의 30~40퍼센트는 광고료가 점하였고 그 가운데 6할 이상은 도쿄나 오사카의 기업광고였다.”
일본의 사회주의 관련 서적들이 거의 시차 없이 한반도에 유입되면서 조선 청년들의 급진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일본어의 역할은 양가적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일본어는 “지배자가 강제하는 억압의 상징이면서 그런 억압에 대한 저항 사상을 키우기 위한 도구”였다. 일본 제국의 ‘불온서적’이 한반도로 흘러와 ‘불량한 조선인’을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1920년대 일본 출판시장은 ‘사회주의’가 돈이 되는 시장이었다. 1928년 창간된 전일본무산자예술연맹(나프)의 기관지 ‘전기’는 발행부수 7000부로 시작했으나 2년 뒤 2만2000부로 늘어났다. 이는 메이저 잡지였던 ‘중앙공론’과 비슷한 규모였는데, ‘중앙공론’ 편집자 아메미야 요조는 당시 마르크스주의가 영화와 스포츠에 비견할 만한 유행 상품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실제로는 상업 출판사이면서 사회주의 성향 출판물을 취급하는 출판사들을 지칭하는 ‘좌익적 출판사’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사회주의 계열 저작물의 유행은 1920년대 일본의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대에도 검열이 존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는 오히려 ‘발금’(발매금지) 처분을 받을수록 판매에 유리했다.
사회주의 계열 잡지 ‘전기’는 노동착취 문제를 다룬 소설 ‘게 가공선’이 실린 1929년 11월호가 발금당했다는 사실을 홍보 문구로 사용했다. “되풀이되던 발금이 화제를 일으키면서 배본을 둘러싸고 중개상들 간의 충돌이 일어날 정도로 주문이 폭증했다.”
조선 사회주의자들은 식민지보다 일본 본토의 검열이 약하다는 점을 활용해 일본에서 출판한 다음 조선으로 역수입했다. 조선에서는 원고 단계에서 검열을 받았지만 일본에서는 납본 단계에서만 검열을 받았다. “원고가 제본소에서 조판되고 있을 때는 아무리 경찰이라 해도 이것을 압수할 수 없었다. 또 인쇄 중일 때도 경찰은 이 인쇄본을 어찌할 수 없었다.”
1931년 나프의 후신으로 결성된 일본프롤레타리아문화연맹(코프)은 1932년 자신들의 잡지 ‘대중의 친구’ 부록으로 조선어 잡지 ‘우리동무’를 발행했다. 얼핏 일본인 사회주의자와 조선인 사회주의자의 아름다운 연대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한 코프가 20만명 이상의 조선인 노동자들을 겨냥해 잡지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한다.
“급격히 위축된 일본공산당운동을 지탱하기 위한 대안이 다름 아닌 조선인 독자나 조선인 노동자로부터의 자금 획득이며, 이를 위해 만들었던 것이 ‘우리동무’였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늑대 해설사로 25년 일지 기록
복원 사업으로 들여온 14마리공원에 정착하는 이야기 담겨
아버지·의붓아들의 대립 등다큐멘터리 보는 듯 ‘생생’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늑대 8번이 있다. 덩치 큰 형제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작은 잿빛 늑대다. 그는 먹잇감으로 잡아온 고기도 항상 맨 나중에 먹었다. 서열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8번에겐 누구도 엿보지 못한 영웅의 자질이 있었다. 어느 날 형제들이 숲에서 커다란 회색 곰이 사냥한 새끼 엘크를 빼앗다 곰에게 쫓기게 된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장 뒤처져서 달리던 8번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곰과 정면으로 맞선다. 곰은 깜짝 놀라 움직임을 멈췄고, 그사이 형제들은 멀리 달아날 수 있었다.
옐로스톤의 늑대 해설사였던 저자는 멀리서 망원경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의 명언을 떠올린다. “영웅은 아무도 보지 않아도 올바른 행동을 한다.” 며칠 후 저자는 8번이 무리의 선두에서 암컷 무스를 쫓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영웅의 탄생이다.
사실 8번의 고향은 캐나다다. 1995년 1월, 옐로스톤 늑대 복원 사업을 위해 현지에서 포획돼 다른 야생 늑대 열세 마리와 함께 공원에 발을 들였다.
울프 8릭 매킨타이어 지음·노만수 옮김사계절 | 352쪽 | 2만3000원
1872년 미국은 와이오밍주, 몬태나주, 아이다호주에 걸쳐 있는 8933㎢의 대지를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옐로스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천혜의 자연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당시 시민들은 물론 공원관리국도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다른 동물들의 삶을 파괴하고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해로운 동물이라 생각했다. 늑대 포획이 시작됐고, 1926년까지 옐로스톤의 모든 늑대를 사냥했다.
생태계의 한 고리가 사라지자 자연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포식자가 사라진 뒤 엘크와 들소 같은 초식동물이 초원의 풀과 강가의 새싹을 먹어치웠다. 풀과 나무가 사라진 들판으로 철마다 강물이 범람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실수를 깨닫고 생태계 재건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 늑대 복원이 있었다.
영웅에겐 그의 일대기를 기록할 관찰자가 필요하다. 저자가 이 역할을 한다. 늑대 연구자로서 오래전부터 일해온 그는 옐로스톤의 늑대 해설사로 부임한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정부가 막판에 해설사에 대한 예산 지원을 끊자 매킨타이어는 자신의 책 <늑대사회> 홍보 사인회에서 직접 옐로스톤 해설사 배치에 필요한 기부금을 모은다. 마지막 강연에서 드디어 목표 금액이 모두 모이고, 그는 옐로스톤에 발을 들여놓는다.
매킨타이어는 옐로스톤에서 25년간 일하면서 2000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6175일 연속으로 야외 관찰에 나섰다. 늑대를 관찰한 횟수는 총 9만9937회에 이르고 매일 기록한 관찰일지는 1만2000쪽에 달한다.
이 같은 열정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8번을 포함한 열네 마리의 늑대가 처음 옐로스톤에 발을 들이고 그들이 공원에 정착하는 이야기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심도 있게 펼쳐진다.
처음 늑대들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에만 머문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레인저들이 울타리 문을 열어 두지만, 늑대들은 두려움에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문이 아닌 곳에 구멍을 뚫고 사슴 사체를 가져다 둔 뒤 늑대를 유혹해 공원으로 끌어낸다.
옐로스톤의 동물들에게도 늑대는 낯설었다. 엘크들은 늑대를 만나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다가간다. 엘크도 늑대가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던 것이다.
장대한 자연의 한 부분으로 성장해가는 늑대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중심은 알파 수컷(무리의 리더)으로 성장한 8번과 그의 의붓아들인 늑대 21번이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서로 다른 무리의 리더가 된 8번과 21번이 부딪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신의 무리를 상대 무리에게 잃은 만큼 회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자신을 키워낸 의붓아버지와 싸워야 하는 21번, 늙어서 4개의 송곳니 중 두 개는 사라지고 하나는 부러진 8번이 쫓고 쫓기는 상황에 대한 묘사는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가는 개체가 마주하는 비정한 운명처럼 느껴져 감동을 준다.
전반적으로 집요한 관찰을 세심한 묘사로 풀어내 소설만큼 읽는 맛이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생존 투쟁한 영웅들의 서사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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