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당일 [오마주] 날아 가는 순간 떠올렸다, 가장 안전한 새장이 되어준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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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크 당일 [오마주] 날아 가는 순간 떠올렸다, 가장 안전한 새장이 되어준 사람을

이길중 0 5
폰테크 당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스스로 ‘레이디 버드’라는 예명을 붙이고, 어머니와 말싸움을 하다 달리는 차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막무가내 10대 소녀. 영화 <레이디 버드>의 주인공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입니다. 크리스틴, 아니 레이디 버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재미가 없거든요.
“캘리포니아의 쾌락주의를 논하는 자는 새크라멘토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내봐야 한다.” 영화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출신 소설가 존 디디온이 남긴 말로 시작됩니다. 새크라멘토는 쾌락과는 거리가 먼 심심한 동네라는 뜻이겠죠. 이곳이 바로 레이디 버드가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레이디 버드는 새크라멘토를 떠나 미국 동부의 도시, 특히 뉴욕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어머니는 그에게 “주제를 알라”며 “주립대 등록금을 대기도 벅차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지 않는 어머니가 마냥 밉습니다. 정신병원에서 야근을 밥 먹듯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의 고단함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넌 네가 주인공이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관심종자야.” 잠시 사이가 틀어진 레이디 버드의 친구는 그에게 이같이 말합니다. 맞아요. 레이디 버드는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주인공인 ‘나’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너’를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가장 가깝게 지낸 친구마저 속상하게 하면서요. 같이 사는 가족에게도 상처를 줍니다. 일자리를 잃고 몇 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도, 버클리 대학 졸업 후 마트 점원으로 일하며 구직 활동 중인 오빠도 레이디 버드에겐 그저 ‘조연’일 뿐입니다.
레이디 버드는 조롱받거나 평가절하를 당하면서도 뉴욕 소재 대학에 가겠다는 꿈을 접지 않습니다. 뉴욕행뿐인가요. 사랑도 포기하지 않아요. 함께 보낸 달콤한 시간이 쓰디쓴 상처로 돌아와도, 그는 다시 씩씩하게 새로운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봅니다.
어느 날 레이디 버드는 어머니와 옷 쇼핑을 가는데요. “예쁘다”고 해주지 않고 “너무 핑크 아니냐”며 건조한 반응을 보이는 어머니에게 서운함을 느낍니다. 그가 “난 그냥 엄마가 날 좋아해주면 좋겠어”라고 하자, 어머니는 “널 사랑하는 거 알잖아”라고 답합니다. 표현이 서툰 어머니가 마냥 미운 10대 사춘기 소녀의 마음도, 사랑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할 정도로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도 모두 알 것 같다면 어른이 된 걸까요.
레이디 버드는 마침내 뉴욕으로 향합니다. 어머니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어머니가 직접 보낸 건 아니고요, 아버지가 몰래 전달을 한 겁니다. 어머니는 철자나 문법이 틀려서 딸이 자신을 흉볼까봐 편지를 못 보내겠다고 했대요. 편지에는 어떤 말이 담겨 있을까요? 눈물이 날 수 있으니, 손수건과 함께 봐야 하는 장면입니다.
레이디 버드는 가족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깁니다. “나예요, 크리스틴”이라고 말해요. 예명이 아니라 본명 크리스틴으로 스스로를 칭하게 된 것이죠. 레이디 버드, 아니 크리스틴은 “두 분이 참 좋은 이름을 지어준 거 같아요”라고 합니다.
스스로 레이디 버드라 이름 붙인 크리스틴은 어떻게 다시 ‘크리스틴’으로 돌아왔을까요. 그 여정이 궁금하다면,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습니다. <프란시스 하>, <작은 아씨들>, <바비> 등의 영화로 알려진 그레타 거윅이 처음으로 단독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러닝타임 94분.
2022년 6월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집단학살을 당했던 소수 민족 하자라족인 카디제(32)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돌아가면 목숨이 위험했던 카디제는 싸울 수밖에 없었다. 약 3년 만인 지난 5월 카디제는 소송 끝에 난민으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
오는 20일 ‘세계난민의날’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서울 중구 공익법센터 어필 사무실에서 카디제를 만났다. 한국이 유엔 난민협약을 비준한 1992년으로부터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난민 인정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난민인권단체는 ‘국제적 전쟁 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특히 분쟁 지역에 대해선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서 태어나 자란 아프가니스탄 국적 카디제는 2013년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목숨을 잃을 뻔 했다. 대학 진학을 위한 비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방문해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탔던 그는 다수 민족인 파슈툰족 택시기사에게 납치됐다. 차량 내부에는 긴 총이 보였다. 카디제는 “내려달라고 해도 내려주지 않았다가 사람과 차가 많은 곳에 가서야 내릴 수 있었다”며 “계속 타고 있었다면 지금 살아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이후 이란에서 지내던 카디제는 2020년 어학연수를 위해 한국으로 왔다. 2021년 8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했다. 카디제가 이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해서 비자를 연장해야 했지만 입국 자체가 위험했다. 카디제는 2022년 2월 광주출입국사무소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 넉달 뒤 그가 받아든 결과는 ‘난민 불인정’이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하자라족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벌어지고, 집단 학살도 빈번했다. 카디제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 매체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탈레반의 여성 인권 탄압을 비판한 적도 있다. 카디제는 “탈레반도 분명히 다큐멘터리를 봤을 것”이라며 “실명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를 해서 위험이 커졌는데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나온 법원의 판단은 출입국사무소와는 달랐다. 광주지법 행정1단독 임성철 판사는 지난달 22일 카디제가 받은 ‘난민불인정 결정’을 취소했다. 법원은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하자라족 등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테러가 발생하고 있고, 탈레반은 보호조치를 제공하지 않고 오히려 박해를 하는 주체”라며 ‘박해를 받게 될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이란 체류 자격이 사라졌다는 점도 인정했다.
요즘 카디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큰오빠 등 가족의 ‘생사 확인’이다. 가족 중 일부는 아직 이란 이스파한에 머물고 있다. 이스파한에는 이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핵심인 핵시설이 있어 이스라엘의 집중 타격 대상이 됐다. 카디제에 따르면 이란 국민은 전쟁이 발발하면 ‘안전도시’로 이동한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이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이동할 수 있다. 카디제는 “가족들은 허가서가 나오지 않아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인 이스파한 지역에 계속 머무는 중”이라며 “어떤 방법으로든 이란을 빠져나올 수 있게 한국이 도움의 손길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민인권센터가 2024년 기준으로 법무부 자료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정리한 내용을 보면, 2024년 한 해 동안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총 105명이다. 난민 인정률은 재정착 난민을 제외하면 1.75%에 불과하다. 이들 중 소송 등 없이 법무부의 난민 심사만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건수는 17명뿐이다. 난민 신청의 1차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기 기간도 평균 1년 2개월에 달한다. 난민법은 난민 인정신청서를 접수한 날부터 6개월 안에 심사를 마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부득이한 경우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난민지원단체인 사단법인 피난처 김진수 활동가는 “한국 법무부의 ‘박해’ 기준이 과도하게 높다”며 “오랜 시간이 지난 경험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도 사소한 내용이 다르다고 해서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고 보는 예도 있다”고 말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상근활동가(변호사)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해 세계적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분쟁지역 출신 난민 신청자의 경우 정부가 난민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안정적 지위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 악화와 내수 부진으로 인해 올해도 세수가 10조원 넘게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는 5년 만에 추가 국채 발행 등으로 부족한 세수를 보전하기로 했다. 반복되는 세수 예측 실패로 기획재정부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가 19일 발표한 ‘새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세입 경정으로 10조3000억원이 편성됐다. 세입 경정은 올해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히거나 덜 걷힐 때 그에 따라 장부상 수치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세입 경정을 한다는 건 정부가 ‘세수 펑크’ 전망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올해 정부의 예상보다 가장 덜 걷히는 세목은 법인세(-4조7000억원)와 부가가치세(-4조3000억원)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기업 실적 악화와 올해 상반기 소비 부진으로 법인세와 부가세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세제 지원 등의 영향으로 교통세(-1조1000억원), 개별소비세(-9000억원), 교육세(-3000억원)도 전망치보다 덜 걷힐 전망이다. 다만 상속세는 더 걷혀 당초 예산보다 9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세수 결손은 최근 3년 연속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2조원 ‘초과 세수’인 상태에서 시작했으나 2023년 56조4000억원, 지난해에는 30조8000억원의 세수 결손을 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세수 결손에 추가 국채 발행으로 ‘정면’ 대응한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임기근 기재부 2차관은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세입경정을 통해 명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재정 운용의 정상화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세수가 부족한데도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기금 ‘돌려막기’ 등으로 대응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서는 “추경 등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는 방식으로 세수 결손에 대응할 경우 국회에 예산 심의·확정권을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반복되는 세수 결손으로 기재부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전날 국정기획위원회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일부 위원들은 세수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부처 쪼개기’를 거론하며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기재부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됐다는 이유로 재정경제부가 세제·금융·공공기관 관리 부문을, 기획예산처(부)가 예산 편성을 맡는 등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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